동물들이 환경과 분자적 무역거래(즉, O2와 영양분을 흡수하고 CO2와 다른 노폐물을 내보내는 것)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든 세포들이 참여하는 일이어야 한다. 작고 비극성 분자인 O2와 CO2는 세포와 주위환경 사이를 확산으로 넘나들 수 있다. 하지만 확산으로 수 밀리미터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매우 느리다. 예를 들면, 일정량의 포도당이 100 um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 1 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같은 양의 포도당이 1 mm 를 이동하는 데는 100초, 1 cm를 이동하는 데는 거의 3시간이나 걸린다. 이러한 확산 시간과 거리의 관계는 모든 동물의 체형에 현실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확산이 매우 짧은 거리에서만 신속하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동물의 몸속 모든 세포들이 교환에 참여할 수 있을까? 자연선택의 결과는 이 문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해결 방향으로 나타났다. 첫째 방법은 몸의 크기와 모양을 모든 세포가 직접적으로 환경에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세포가 환경과 직접 물질교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체형은 해면동물, 강장동물, 그리고 편형동물과 같은 특정한 무척추동물에서만 볼 수 있다. 두번째 방법은 그 외의 다른 모든 동물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순환계를 통해 세포 주위 지역과 교환기관 사이에 액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순환계는 세 가지 기본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우선 순환하는 액이 있고, 연결된 관들, 그리고 근육성 펌프인 심장(heart)이 있다. 심장은 대사에너지를 이용하여 혈액의 유압을 높여 혈관으로 혈액이 흐르도록 하며, 이 액성분은 후에 혈관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순환계는 체내로 액이 흐르게 하여 몸속 개개의 세포들과 가스 교환 기관, 영양분 섭취기관, 그리고 배설계를 기능적으로 가깝게 묶어준다. 한 예로, 포유류의 경우 O2 분자는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하여 세포가 담겨 있는 액으로 확산되어 들어간다.
순환계는 진화과정에서 몇 가지 기본적인 구조를 보이는데 이는 주어진 환경과 해부학적 구조의 한계에 적응한 결과이다. 개방형이거나 폐쇄형일 수 있고, 체내 순환고리의 수가 다르기도 하며, 순환시켜 주는 펌프의 구조나 배치상대가 다른 경우도 있다.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들은 흔히 심혈관계(cardiovascular system)라 불리는 폐쇄순환계를 가지고 있다. 혈액은 심장을 나와 엄청나게 복잡한 혈관을 통과한다.
혈액은 크게 동맥, 정맥, 모세혈관으로 되어 있다. 이 3가지 혈관에서 혈액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동맥(artery)은 심장에서 각 기관까지 혈액이 이동하는 통로이고, 혈액은 각 기관에서 소동맥(arteriole)을 통해 모세혈관으로 이동한다. 모세혈관(capillary)은 얇고 구멍이 있는 막으로 둘러싸인 미세한 관이다. 이 관들이 그물망을 형성한 모습을 모세혈관망(capillary bed) 이라고 부르며, 각 조직에 퍼져 있다. 모세혈관의 얇은 막을 통한 확산으로 화학물질과 기체분자들의 교환이 일어난다. 모세혈관은 뒤이어 소정맥(venule)으로 모이고, 이들이 모여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정맥(vein)을 이룬다.
동맥과 정맥의 차이는 각 혈관 안에 흐르는 혈액의 방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O2의 농도나 다른 특징에 따른 것이 아니다. 즉, 동맥은 심장에서 모세혈관으로 혈액을 운반하고, 정맥은 모세혈관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운반한다. 여기에는 예외가 하나 있다. 모세혈관망 사이를 연결하는 문맥(portal vein)이다. 간문맥(hepatic portal vein)은 소화기를 거쳐 나온 혈관들이 간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일컬으며, 간으로 들어간 혈액은 간정맥(hepic vein)을 거쳐 심장으로 들어간다.
모든 척추동물의 심장은 두 개의 근육성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을 받아들이는 곳은 심방(atria), 혈액을 심장에서 내보내는 곳을 심실(ventricle)이라 부른다.
사람의 심장을 예로 포유류 심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자세히 알아보면, 가슴뼈(흉골) 밑에 위치하는 인간의 심장은 주먹 정도의 크기로 대부분 심장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심방은 비교적 얇은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맥을 통해 들어온 혈액을 받아들이는 곳이다. 심장의 모든 방이 이완되었을 때 심방으로 들어온 혈액의 상당량이 심실까지 이동한다. 심방이 수축하면서 심실이 수축하기 전까지 남은 혈액을 모두 심실로 보낸다. 심실은 심방보다 두꺼운 근육층을 갖으며 더 강력한 수축력을 갖는다. 특히 좌심실은 훨씬 강한 힘으로 수축하여 체내 각 기관으로 혈액을 보낸다. 좌심실이 더 강력하게 수축하지만 한 번 수축할때 내보내는 혈액의 양은 우심실과 같다.
심장의 박동은 리듬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수축할 때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고 이완될 때 혈액이 심장을 채운다. 이와 같이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것을 심장주기(cardiac cycle)라고 부르며, 심장이 수축하는 시기를 수축기(systole), 이완되는 시기를 이완기(diastole)라 부른다.
한 심실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심박출량(cardiac output)이라 부른다. 이 심박출량은 두 가지 요인, 즉 심장박동률(heart rate)과 일회박출량(stroke volume)에 의해 조절된다. 심장박동률은 분당 심장이 수축하는 횟수이고 일회박출량은 심장이 한 번 수축하면서 분출되는 혈액의 양이다.